나를 마주하는 성찰: 지피지기의 3 요소

성찰할 지피지기의 3요소

전략 수립의 시작은 지피지기다. 손자병법에서 나온 이 말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삶의 전략에 필요한 지피지기는 무엇일까?

바로 세상과 사람, 그리고 나 자신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이 성찰을 통해 완성된다.

오늘은 LPC 방법론 중에서도 조금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평소 쉽고 실용적인 내용을 추구하지만, 때로는 뿌리 깊은 이야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하며 시작해보자.

성찰, 왜 필요한가?

세상과 사람, 나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성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성찰이란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핀다’는 뜻이며, 그 과정이 바로 사유다.

그런데 왜 굳이 성찰이어야 할까? 그냥 경험으로, 직감으로 살면 안 될까?

세계적인 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사유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그녀가 말한 **’무사유’**가 민주주의를 망치는 ‘악’의 근원이라는 개념은 충격적이다. 아렌트는 이를 **’악의 평범성’**이라고 불렀는데,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거대한 악에 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무사유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은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생각하지 않으면 남의 기준으로 살게 되고, 결국 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물론 누구나 성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의 질은 **’객관성’**과 **’보편적 타당성’**에서 차이가 난다. 철학적 진리 논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의미에서 말이다. 같은 현상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본질을 꿰뚫어 보고, 어떤 사람은 겉모습에만 매달린다.

성찰 능력을 키우는 방법: 교양의 역할

자신의 성찰 결과가 객관성을 가지려면 **’성찰 능력’**이 필요하며, 이는 학습과 훈련으로 키울 수 있다. 알고 싶은 분야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습득하고, 습관적으로 성찰하는 행위가 바로 **’교양을 쌓는 일’**이다.

사전에서는 교양을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라고 정의한다. 철학자 페터 비에리는 ‘교양은 단순히 교육이나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존재 방식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나는 교양을 **’사람·세상·나를 이해·적응·즐기는 데 필요한 지식·경험·사유·태도에서 나오는 품위’**라고 다시 정리했다.

교양 지식은 인간의 삶에 정말 중요한 지식이다. 내가 살아갈 세상을 제대로 보고 내 태도를 결정하려면 교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양이 부족하면 세상에 대한 태도를 스스로 정할 수 없다. 올바른 사리판단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교양이 없으면 그저 눈치껏 타인의 태도를 따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없으니 눈치로 판단한다. 그러니 그저 나보다 높은 지위나 학벌을 가진 사람을 추종하는 것이다. 거기서 그칠 수만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나중엔 남의 생각을 자기 생각으로 착각하고 극단과 폭력의 소용돌이 속으로 스스로를 몰아가게 된다.

전문 지식은 물론 지위나 학벌은 절대 교양이 아니다. 지위나 학벌 그리고 전문지식이 아무리 높거나 뛰어나도 교양이 없다면 사회적 흉기가 될 수 있다. 최고의 권력자나 최고의 학벌을 가진 자들이 벌인 만행을 생각해보라.

다행히 약간의 기본 교양 지식만 얻어도 성찰 능력은 크게 올라간다. 다만 먼저 하나의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내가 믿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교양은 이 **’무지의 지’**에서부터 쌓이기 시작한다.

내가 느낀 ‘무지의 지’

내가 주의력 결핍 장애에 완벽주의까지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때서야 비로소 내가 겪었던 수많은 어려움이 당연한 결과였음을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성찰이 없었으니, 매번 제자리걸음만 했던 것이다.

내게 딱 하나 괜찮은 습관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서 독서는 습관이 된 것이다. 호기심이 많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었다. 그런데 많은 책을 읽었지만 남는 지식은 많지 않았다. 물론 행동도 바뀌지 않았다. 그저 재미로만 읽었지 정작 중요한 사유가 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좀 진지하게 책을 읽다가 나무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이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내가 아는 것이 없다는 걸 느낀 것이다. 책을 그렇게나 많이 읽은 내가 사실은 무지했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재미있게도 그때 갑자기 소크라테스가 생각났다. 그는 단지 자신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아테네 최고의 현자로 인정받았다. 이른바 **’무지의 지’**를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나도 현명해지지 않았을까? 살짝 기대했지만 언감생심, 현실의 나는 여전히 집중하지 못했고 행동도 바뀌지 않았다.

조금 달라진 점은 있었다. 내 생각이 별달리 바뀌지는 않았지만 쉽사리 강한 주장을 내뱉기 어려워졌다. 내 생각이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어쩌겠는가. 그런데,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내 무지를 인정’하는 그 태도가 나를 편하게 했다. 덕분에 아내랑 다투는 일이 크게 줄었다. 아, 아내에게 혼나는 일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

성찰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지피지기의 3요소

성찰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세상과 사람과 나에 대한 이해와 사람과 세상에 대한 나의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세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세상을 파악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 뒤에 숨어있는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세상의 주체는 누구이며 어떻게 행동하는가? 인간의 본성과 동기, 행동 패턴을 이해해야 한다.

나에 대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 강점과 약점, 가치관과 성향, 그리고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영역에서의 성찰이 바로 라이프 플랜 캔버스의 첫 번째 단계, 성찰의 핵심이다.

성찰, 복잡하지만 필요한 여정

성찰이 삶의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첫걸음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 사도 성능을 비교하고, 후기를 찾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한다. 그런데 인생이라는 가장 중요한 선택에서는 왜 이렇게 무작정 살아갈까?

라이프 플랜 캔버스 시스템은 자칫 복잡할 수도 있는 성찰 과정을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상, 사람, 나를 이해하는 체계적인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도구들을 함께 제공한다.

갈대처럼 흔들리던 우리도 성찰이라는 뿌리를 내릴 수 있다. 그 뿌리가 깊어질수록 어떤 바람이 불어도 꺾이지 않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실천 팁

오늘 잠자기 전 5분만 시간을 내어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 “내가 확실히 안다고 생각했던 것 중에 사실은 잘 모르는 것이 무엇일까?”
  • “내 생각과 판단의 근거는 무엇일까?”

완벽한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그냥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성찰의 첫걸음이다.

다음 회차 예고

다음 포스트에서는 성찰을 통해 방향을 잡았다면 이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할 때다. **’2장. 목표 – 라이프스타일, 셀프 디자인, 성과 이해하기’**에서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방법을 알아보자.


포스팅 순서 안내: LPC 플레이북의 목차는 3부 9장으로 구성되고, 각 장에는 3개 정도의 절이 있다. 포스팅의 순서는 3부 9장의 개요를 먼저 써서 올린 뒤 상세한 내용을 쓸 예정이다.